1년 1개월간의 키토식과 칼로리, 그리고 증량

Ketogenic 2018. 8. 27. 05:12

키토식을 시작한지도 1년 1개월이 되었다 (중간에 2개월의 외도 기간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변화는, 지난 1년간 음식에 대한 갈증이 조금씩 느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키토식은 할 수록 새롭게 배우는 것들이 많다.

지난 5월부터 다시 키토식으로 돌아오면서, 약 4개월간 키토식을 해온 결과 계속 재확인하며 배우는 점들은:


1. 식사간 간식과 음식에 대한 식탐이 계속해서 줄어든다.

- 식사간 간격이 점차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식탐도 1년 전에 비해 많이 줄어서, 이젠 먹다가 음식이 많으면 남기기도 한다. (누가 듣기엔 이상할 수 있지만, 내 이전 식탐은 어느 정도였냐면, 아무리 불편하게 배불러도 무조건 다 먹었다. 음식에 대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컸었다.)

- 간식에 대한 유혹이 1년 전에 비해 정말 많이 줄었다. 


2. 칼로리와 체중증량

- 많이 먹으면 체중은 늘어난다. 현재 1년 전보다 4kg 정도 증량했다 (1년 전은 마른 편이었다). 건강회복을 목적으로 시작한 키토식이기 때문에 증량이 여러가지로 불편하고 싫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허리 사이즈도 늘어났고, 팔뚝/등과 허벅지에도 살이 상당히 붙어서 이전에 입던 옷들이 타이트해졌다.

- 다만, 체중증량시 몸에 나타나는 변화가 고탄수/저지방으로 증량시에 나타나는 것과는 다르다. 고탄수/저지방 때에는 군것질을 통해 증량했는데 그래도 그 때는 지금보다 체중은 2kg 정도 덜 나갔다. 그러나 그 때의 허리/허벅지 사이즈가 지금과 거의 비슷하다. 아마도 체지방/근육 비율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즉, 키토식에서는 증량해도 지방이 막 늘지는 않는듯. 객관적인 지표가 없어서 옷을 입을 때의 감각으로 알아차릴 뿐이다.

- 결론적으로, 칼로리는 칼로리이지만, 먹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체중이 증량할 때 몸에 나타나는 변화나 체형은 달라지는 것 같다.


3. 비용

- 개인적으로 건강보조제나 키토식 관련 가공식품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서, 비타민 외에는 먹지 않는다. 키토식의 원래 철학과 원칙은 인공적으로 가공되지 않은 완전식품을 요리해서 먹는 것이다. 개인적인 선호 때문인지 (미국에서 사는 것도 한 몫), 키토식을 하면 다른 간식거리나 불필요한 음식재료를 사지 않아서, 오히려 식비가 줄어들었다.


4. 인슐린 저항성이 키토식 계획을 하는데 핵심

- 키토식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유행이 때마다 지나간다. 예를 들어, MCT oil/가루 사용하기, 건강 보조제 챙겨먹기 (예, 마그네슘, 오메가3), 계란단식 (egg fast), 야채는 배제하고 고기만 먹기 (carnivore diet), 탄수화물을 정기적으로 먹어주기 (carb up 혹은 carb cycling), 단 맛을 아예 배제하기 등등.

- 이와 더불어, 탄단지 비율도 매번 큰 논쟁거리이다. 누군가 포럼에 나 이런거 먹는다 하면, 다들 이에 대해 평가하며 keto approved 혹은 keto police란 말들을 한다. 

- 설탕 대체제와 관련된 논란도 점점 객관적인 관찰을 통해 좀 더 명확해지고 있는데, 결국 모든 설탕 대체제는 어찌되었건 인슐린을 건드린다는 것이 최근의 결론이다. 물론 그 중에서도 에리스리톨이나 monk fruit sweetner가 키토식의 목적과 이유에 가장 가까운 설탕 대체제라는 것은 대부분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언젠가 바뀔 수 있다.

- 지금까지 논문, 책, 학회 발표들을 보며 내린 결론은, 개인의 인슐린 저항성에 따라 모두 개인화 되어야한다는 것. 즉, 답이 없다.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것을 직접 판단해야 한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스스로 키토식의 목표를 다시 상기시키고, 내가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얘기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내가 하고 싶은 행동 혹은 내가 원하는 바를 억제시키는 것은 그만큼의 반동효과만 불러들일 뿐.


5. 내 몸에 대해 배우고, 다른 방식으로 내 몸을 칭찬해주기

- 건강목적으로 시작한 키토식이지만, 여성으로서 몸매가 예전같지 않은 것은 꽤나 속이 상한다. 쇼핑을 가도 저런 악세사리나 옷은 더 이상 나에게 어울리지 않겠구나 하는 슬픈 느낌도 경험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통해 여성의 몸에 대한 편견이나 자동적인 판단이 내 머릿속에 얼마나 지배적이었는지를 점점 알아차리게 되었다. 내 몸이 평가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배우고, 이 과정에는 내 배우자의 절대적인 지지와 따뜻한 관심이 큰 도움이 되었다. 

- 요가와 스쿼트를 꾸준히 하면서, 살이 붙었어도 배와 허벅지에 근육이 느껴지고 몸을 움직일 때 힘이 코어에 안정적으로 잡히는 경험이 참 좋다. 며칠 전 내 몸이 어떻게 나에게 도움을 주는지를 생각해보라는 조언이라던가, Leanne Vogel (링크 클릭)의 팟캐스트에서 말하는 내 몸을 받아들이고 다르게 바라보기 연습들이 내 몸의 장점들을 바라보도록 도와준다. 역시나 어렵다. 하지만, 연습이 필요하다.

- 여전히 배우는 과정이고, 여전히 지금의 내 몸을 받아들이는게 참 어렵다. 한국에 들어가면 어떤 평가적인 말들을 들을지 솔직히 매우 두렵다.


6. 키토식에 대한 비판내용도 공부할 것 - 특정 개인을 중심으로 프로파간다(propaganda)화 되는 것을 경계

- 키토 커뮤니티에는 많은 학자와 유명인사들이 존재한다. 최근 개인적으로 관찰한 점은, 특정 개인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생성되며, 그 개인이 하는 말들이 프로파간다화 되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커뮤니티 내에서 누군가 그 개인을 비판하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는 반박으로 말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일들은 인간역사에서 계속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다만, 키토식에 대한 긍정적인 증거/결과와 그 비판내용도 함께 공부하는 것이 균형잡힌 판단을 하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 비판내용을 받아들임으로서, 키토식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하버드 대학 연구자인 Karin Michels가 코코넛 오일이 '순수한 독 (pure poison)'이라는 발언을 해서 활발한 논의가 있었다. (관련 기사 클릭-The Guardian지의 기사, 이 연구자의 실제 발언 영상은 여기 클릭-유튜브 영상, 그런데 독일어...) 기사를 읽어보면, 보통 키토 커뮤니티에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LDL 콜레스테롤이나 포화지방에 대한 염려를 표현하며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진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라고 Michels는 얘기한다. 또한 최근 한 연구자가 권위있는 저널 The Lancet에 발표한 메타연구(클릭)에서 저탄수/고지방식을 할 수록 이른 사망확률이 높다고 발표했다. 키토 유명인들은 이에 반박하는 영상들을 많이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얘기하는데에는 여러가지 개인적, 정치적, 학문적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따져보고 어떻게 이 이유들을 증거기반으로 반박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것이 키토 커뮤니티가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키토식의 정의를 재정립하고 키토식 연구를 위해 권고되는 연구디자인을 문서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 더불어, 고지방식 저격 연구들을 인용하는 경우, 그 방법론을 자세히 기술하는 것이 좋겠다. 보통, 그런 연구들은 탄수화물 비율이 키토식 권장사항보다 현저히 높은 경우가 있으며, 저탄수/고지방 식의 정의가 연구마다 크게 상이하다. 예를 들어 위 연구도 키토식 하향한계선이 30% (150g)이고 90년도에 수집된 설문자료를 가지고 한 개별 관찰연구들을 메타분석 한 것이다. 사실, 관찰연구라던가 메타연구는 그 방법론적 한계점이 활발하게 논의중이다 (예, 메타연구는 유의도를 증폭시킨다던가(클릭)). 연구 디자인을 살펴보는 것이 키토식의 장단을 따져보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다.


7. 미국 식품 가이드라인이 변화될까?

- Nina Teicholz (Big Fat Surprise [지방의 역설] 저자, 저널리스트)는 현재 다음 번 미국 식품 가이드라인 (2020 US Dietary Guideline)이 증거기반 식품정책이 되도록 작업을 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제 2형 당뇨, 비만, 혹은 영양학적 관련 질병들을 가진 개인들에게 저탄수 고지방식을 권장 가이드라인으로 채택시키도록 하는 것 (관련 글 클릭). '키토'라는 단어가 이미 보통의 식이를 하고 있는 개인들에게 많이 대중화되어서, 이런 움직임이 어떤 정책적 변화로 발전할지 개인적으로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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